플레전트 빌 – 토비 맥과이어, 리즈 위더스푼 : 게리 로스
멀쩡한 차를 놔두고 자전거로 산을 넘는 사람들이 있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는지 까마득한 높이에서 돌맹이처럼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 그것도 비싼 돈을 내가면서 말이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그런 위험천만한 모험을 즐기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하기사 이들을 이상하게 볼 필요는 없다. 구한말 처음 테니스가 도입되었을 때, ‘그렇게 힘든 것은 아랫것들을 시키지 뭣하러 땀을 흘리냐’던 양반님네들과 익스트림 스포츠를 ‘돈 내고 뭣하러’라 생각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사는 일이 뭐 하나 딱부러지게 맘에 드는 것이 없는 젊은이가 있다. 그의 이름은 데이빗(토비 맥과이어분) 그에게 있어 유일한 낙이란 TV 시트콤 ‘플레전트 빌’을 보는 것 뿐. 그곳 사람들의 교양있는 말투와 따뜻한 눈길은 데이빗에겐 동경의 대상이다. 게다가 늘 유쾌한 일만 일어나는 플레전트 빌은 그야말로 무릉도원이고 유토피아였다. 눈 감고 던진 농구공이 항상 ‘골 인’이니 이 어찌 신나지 않을쏘냐.
(그리 멀지 않은 훗날 우리는 그가 빨갛고 파란 타이즈를 입고 이 빌딩 저 빌딩을 날아다니는 신나는 모습을 볼수 있게 된다. ‘스파이더 맨’에서 ^^)
그러나 그의 녹록치 않은 동생 제니퍼 (리즈 위더스픈 분)에겐 플레전트 빌 사람들이나 데이빗이나 한심하기는 피차 매한가지다. 참을 수 없는 그곳의 촌스러운 패션과 머리 스타일. 게다가 거기 사람들이 키스 한 번 하는 것을 본 적도 없으니 말이다. (또한, 그리 멀지 않은 장래, ‘엘르’라는 매우 트렌디한 이름의 멋쟁이 여성이 되어있슴을 알고 있다. ‘금발이 너무해’에서 말이다.)
그곳 사람들이 어떻게 결혼들은 하는지 … 특기사항이 ‘남자친구와의 진한 데이트’인 그녀에게 플레전트 빌. 그곳은 ‘감옥’의 다른 이름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TV를 놓고 다투다 리모콘을 망가뜨린 두 남매앞에 난데 없이 나타난 청소부 노인. ‘금 리모콘 주까, 은 리모콘 주까?’하듯, 리모콘 한 개를 던져주고는 사라진다. 여하간 남매는 이 새로운 리모콘을 켠다. 그 순간 … 이들 남매는 TV속의 흑백 세상 ‘플레전트 빌’로 들어간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편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위험하기’때문이다. 어떻게 될지도 모를 확률이 평소의 생활에서보다 훨씬 높은 탓이다. 생각해보라. 살면서 발목에 묶인 끈이 끊어져 바닥에 내동댕이쳐질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래도 번지점프대는 외롭지 않다 한다. -.-a)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면 위험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구태여 지금까지의 삶을 변화시키려 하지 않는다. 그게 대다수의 인간이다. 왜냐 ‘변화=위험’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여간, 조용하고 평화로운 플레전트 빌 사람들이 하나씩 둘씩 ‘튀기’ 시작한다. 그건 순전히 제니퍼의 공이다. 흰 손수건을 깔고 앉아 정담을 나누는 범생이 커플들의 아지트인 호숫가의 그녀. 들어는 보셨나? ‘쭈가리’라고.
(‘뽀뽀하다’의 80년대식 은어다. 동사는 ‘틀다’를 사용한다)
그랬다. 제니퍼 덕에 피부색이 ‘흑백’이 아닌 ‘살색’으로 바뀐 컬러인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플레전트 빌에 말이다.
하지만 플레전트 빌의 대다수, 소위 ‘메인스트림(주류)’은 여전히 흑백인간들. 이들은 컬러인간들을 핍박하기 시작한다. ‘사회전복을 기도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들의 저항은 매우 격렬했고 또, 조직적이었다.
‘왜’그랬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변화가 두려워서
이기 때문이다.
감정과 행동을 조금씩 자제하면 그저께와 꼭 같은 어제 그리고 어제와 같은 오늘 또한 내일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변화를 받아들여 위험을 자초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변화’가 마냥 부정적이지는 않건만 보통 사람들은 변화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게 마련이다.
금융상품중에 ‘선물(先物,futures)’라는 것이 있다. 파생상품의 한 종류로 미래에 필요한 물건들을 미리 약간의 돈을 들여 ‘예약’해 놓는 거래행위를 매매하는 상품이다. 앞으로 일어날 지 모르는 변화를 회피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 ‘선물’이다.
예를 들어 식용유를 만드는 A라는 회사가 있다고 하자. 식용유를 만들기 위해 A사는 외국에서 콩을 수입해야만 한다. 보통 콩 1톤의 가격이 1백달러라 고 하자. 식용유를 만들기 위해 A사는 필요한 예산의 규모와 제품 가격을 ‘톤당 1백달러’를 기준으로 맞춰놓게 된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6개월쯤 후, 콩을 수입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콩값이 갑자기 천정부지로 뛰는 것이다. 이를테면톤당 3백달러까지 말이다. 물론 예를 들어서. 이런 경우 식용유 가격을 올리지 않는 한, A사는 손해를 고스란히 볼수 밖에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를 미연에 막기 위해서 생각해 낸 것이 ‘先物’거래다.
쉽게 말해서 선물거래는
미래에 필요한 물건을 ‘지금’ 사두는 것이다.
만약 A사가 6개월짜리 콩 선물을 톤당 1백달러에 사두었다면 콩값이 제 아무리 폭등을 해도 A사는 무사태평할 수 있게 된다. 선물이 만기가 되는 6개월 후, A사가 콩 1톤을 1백달러에 살수 있도록 선물거래소가 보증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위험을 피하려는 행동을 ‘헷지(hedge)’라고 한다. 컬러있는 사람들을 핍박하던 마을 사람들은 마을 지키기 위해 ‘헷지’를 했던 셈이다. 그러고 보면 ‘헷지’라는 단어의 원뜻이 새롭다. ‘울타리’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속 깊은 말인 것 같다. 양치기 소년만 없으면 좋으련만 先物시장에도 양치기 소년은 있다고 한다. 문제다.
양치기 소년과 先物거래 – 플레전트 빌